diary/잡다한 이야기 5

'생태'라는 이름의 아이러니

보성에 '봇재'라는 언덕이 있다. 차로 휙~ 지나쳐 갈 평범한 굽이길이지만, 보성차밭을 향하고 있는 설렘의 여정이 있는 곳이다. 몇년 전, 이 언덕을 끼고 있는 대지에 '보성녹차생태공원'을 계획하는 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안은 낙선을 했지만 선후배들과 고민을 함께했던 시간은 맘 한켠에 남아있다. 무엇보다 찬바람을 맞으며 언덕 사이사이를 거닐며 이 땅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방방거렸고, 이곳에서 자리잡은 나무, 평범하지만 소박한 풍경, 좁은 사이길 하나라도 개발이란 이름으로 그 터전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의미를 부여해주려 노력했었다. 쨘!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모두 함께 가려는 노력, 그것이 생태....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오랜만에 그 길을 지나게 되..

만재도에서 온 새해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건강하시고, 뜻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 지시길 바랍니다. 올해는 60년만에 오는 흑룡의 해라 하는군요. 마침 작년 만재도에 가 찍은 사진이 그럴듯 해 보내드립니다. 만재도 아랫당에 있는 500년도 넘은 동백숲의 등걸들에 보름달이 뜬 모습이 두마리 흑룡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如意珠-뜻하는 일이 이루어 진다는 구슬 여의주 한 알 보내오니 행복하십시오. 아빠가 새해 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짧은 글과 한컷 사진에 따뜻함과 사랑이 넘칩니다. 이런 멋진 행운 저희에게 보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문화재 공사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

현장일을 너무도 하고 싶었던 멋모르던 시절에도 문화재를 보수한다는 것이 이상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던거 같다. 조금 더 의지를 가지고 꼼꼼하게 검토해서, 건물에 대한 진실성이 지켜졌음 했다. 언젠가 나에게 남자들의 거친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왔을 때, "여성의 섬세함이 가져다 주는 장점이 있을거라고... 쉽게 넘어가는 디테일에 더 집중하겠다" 고 했다.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아서, 무언가 하고픈 열정인지 고집인지 알 수없는 내 기운에 쉽게 지치곤 했었다. 여전히 많이 헤매고, 여전히 게으르고 부족하지만, 얼마만한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어떤 것. 문화재를 보수한다는 거창한 명분하에 행해지는 그 어떤 행위들 - 그것이 좋던 나쁘던 간에 - 그 자체가 그냥 우리시대의 문화라는 것...

요즘 읽은 여행기

요 얼마동안 여행기만 읽고 있다. 일 할때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놀 때는 게으름 피우느라 잡지 않았던 책을 그나마 이렇게 오래 붙들고 있는건, 아마 바람 냄새 나는 글이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한권씩 볼 땐 그러려니 별생각 없었는데 책 몇권을 몰아서 읽으며 여행도 사람마다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니는구나... 싶은게 신기하다. 같은 곳을 다녀왔어도 작가의 생각과 성격이 글에 고스라니 드러난다. 작가와 마주앉아서 이야기 하면 어떤 느낌이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듯. 책을 읽는 나도 더불어 즐겁거나, 혹은 불편하거나... 그렇게 그들의 여행에 따라 나섰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과 하얀 눈속을 걸으며 행복한 여행을 하고프단 마음보다 따뜻한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다녀온 여행들을 정리해야겠단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