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19

영흥도 나들이

석양에 넓게 드러난 갯뻘... 서해바다가 맨살을 드러냈다. 맨발로 들어선 아이는 발바닥에 닿는 낯선 감촉에 어색해 하다가, 이내 까맣고 보드랍게 작은 생명들을 품고 있는 갯뻘의 신비에 푹 빠졌다. 아빠와 함께 손잡고 들어가더니 밖에서 손짓해도 고개를 절래절래~ 마냥 신났다. 서해바다가 내어 준 마법같은 시간, 그 따스한 매력에 푸~욱 잠겼다 나온 기분이다. 첨, 일행 오빠가 잡아주는 손 따라 들어갔다가 철퍽 넘어져 원피스 한벌 버리고, 아빠랑 놀다가 위아래 옷 망치고... 강아지도 따라가고 돌도 줍고, 마냥 신난 꼬맹이. (엄마는 밤 늦게 집에 와 갯뻘 묻은 옷이랑 신발을 한시간 이상 빨았단다. ^^;;) 꼬불꼬불 십리포 해수욕장의 소사나무 사이도 걸어보고, 오빠랑 친구랑 딸기도 따고, 더덕도 캐고, 맛..

국내여행/경기 2013.06.08

111030 장흥 편백나무숲 우드랜드 가다.

통이 만 5개월반 즈음. 그새 조금 더 컸다고 제법 으젓해졌다. 편백 숲에 데리고 가니 기분이 좋은지 다리를 앞뒤로 흔들거리며 내내 행복하게 웃는다. 우리 아가가 드디어 여행을 즐기기 시작하나보다. 높은 곳에서 숲의 맑은 공기도 마시고, 나무도 직접 손으로 만져보며 세상 공부중... 모든게 마냥 신기하지? 편백 나무 사이로 여러 탐방로들이 있고, 주변에 숙박할 수 있는 방갈로들이 보인다. 테마 공원처럼 구경거리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큰길의 나무를 너무 잘라낸듯하다. 좀 더 올라가면 숲이 살아있다고 하는데, 아가랑 높이 가기 어려워 아랫쪽만 다녔다. 다행히 길 안쪽으로 부분부분 나무들이 빼곡한 산책로가 있어 즐겁게 숲길을 걸었다. 우리 아가가 너무 즐거워해서 그 웃음이 그냥 마냥 좋았지만, 조금 더 숲을..

국내여행/전남 2011.11.04

110101 별헤는 밤, 송암천문대

찬바람이 오히려 주변을 명료하게 하는 것 같은 저녁.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봐 꽁꽁 싸매고 천문대를 찾았다. 송암천문대는 편하다. 도심에서 가깝고, 케이블카가 있어 관측소까지 쉽게 갈 수 있다. 몇해전 친구와 깜깜한 산길을 차로 오르며 무서움에 떨었던 영월의 별마로 천문대와는 사뭇 다른 편안한 서비스 공간이다. 표를 끊고 아랫 단지의 플라네타리움에서 가벼운 영상물을 구경했다. 가벼운 우주이야기와 우주인에 관한 영상이었는데 한번쯤은 볼만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꼭대기에 있는 천문대에 올라 겨울철 몇몇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별구경도 했다. 최근에 1개의 띠가 사라져 1개의 띠만 보인다는 목성이랑 플레이아데스 성단, 두개의 별이 서로 다른 색을 띈다는 알마크 등 천체 망원경을 통해 몇 개의 별들을 보았는..

국내여행/경기 2011.01.19

110101 서삼릉 보리밥

천문대 가는길,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았다. 맛집 검색을 하다가 꼭 먹어봐야겠다고 우겨서 간 곳. 큰길에서 눈도 안녹은 좁은 길로 한참을 들어가야 해서 맛없으면 어떻게하지... 약간 걱정도 되었다. 신랑이랑 동생이랑 3명이서, 보리밥 2인분, 쭈꾸미볶음, 코다리 구이를 시켜먹고 맛난 반찬 소진하느라 밥도 한그릇 더 먹었다. 소박하게 차려져 나오는 나물 반찬이랑 음식들로 완전 즐거웠다. (수제비도 맛보고 싶었는데 2인분 이상 시켜야된다해서 아쉬웠다.) 보리밥은 나오자마자 허기진 배를 채우기위해 급하게 비벼서 맛보느라 사진도 못찍었다. 특히!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코다리구이가 넘 맛있었다. * 주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201-57 031-963-5694, 031-968-5694 계획에..

국내여행/경기 2011.01.19

110101 새해첫날, 눈덮힌 진관사

2011년이 밝아버렸다. 꼬박꼬박 한해의 마지막날은 TV 가요대전과 함께 허망하게 가고, 적당한 늦잠으로 시작하는 새해 아침은 참 부지런히도 온다. 느즈막에 집에 온 동생과 함께 오후엔 무얼할까 고민하다 신랑이 맑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별을 보러가자고 했다. 장흥 천문대에 가는 도중에 진관사에도 함 들려가자고 한다. 회사서 진관사 프로젝트는 내가 하다가 신랑이 끝을 낸 과제였다. 나름 의미있는 곳이어서 새해의 첫여행지로도 재격이다 싶다. 오랜만에 진관사에 가니, 빨리 바뀌었음 하는건 아직도 그대로다. 그래도 한두해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어울리지 않는 요사채와 여러부분을 정비해야하지만, 묵은 세월 느낌나는 정감있는 절로 남았으면 좋겠다. 일주문. 지대를 좀 높혀 석교를 새로놓고, 주변 정리도 했다. 뭣..

국내여행/서울 2011.01.15

100805 맹씨행단의 은행나무

조경... 나무를 심는 일은 시간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마곡사 중정에 보리수 나무를 빼곡히 그려온 건축가의 계획을 보고, 한 스님께서 보리수 나무가 얼마나 아름드리로 자라는데... 하셨단다. 좁은 중정에서 서로 부대끼며 크지 못할 나무의 생명에 안타까우셨겠지... 맹선생께서 집에 은행나무를 심고, 주변에 축대를 쌓고 단을 만드셨단다. 공부하는 공간.은행나무 아래서 배움을 배푼 공자의 뜻을 함께 하고 싶었나보다. 600년 이상의 시간이 키운 이 나무가 그 청정한 뜻을 후대로 전하는것 같다. 맹씨행단 진입공간. 실은 근처에서 마을로 찾아들어오는 것도 헤맸고, 다와서 차를 대놓고서도 헤맸다. 축대위 은행나무를 보고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그냥 집한채 덩그라니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후손들이 사는 살림집..

국내여행/충남 2010.08.18

100724 연꽃 방죽을 걷다.

춘장대 해수욕장 방향으로 동백정을 찾아가던 길, 주항저수지 근처에 화려하게 핀 연꽃들을 보고 차를 세웠다. 마을에서 일부러 조성한 듯, 길을 조심해 건너라는 표지판도 세워놓았다. 같은 모양으로 세워지는 투박한 원두막도 흙길과 어울어져 그럴싸하고, 방죽마다 다른 색깔로 피어나는 연꽃들과 어우러진 소박한 탐방로도 정겹다.

국내여행/충남 2010.08.08

100724 붉은 광장에 외로이 선, 비인 5층 석탑

정림사탑을 닮은... 그러나 뭔가 독특한 느낌의 탑이다. 석가탑의 완벽한 비례가 일정 시기를 지나면 흐트러지며 자유로운 경향이 나타나듯이 이녀석도 정림사탑의 아름다운 비례를 깨고 색다른 비례를 가지고 구축되었다. 그러나, 정림사의 비례가 깨졌다고 하여 무언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여인의 잘록한 허리같은 탑신으로 인해, 커보이는 옥개석의 지붕선이 오히려 날아갈듯 경쾌하다. 마치, 비례와 균형을 깨고 그려진 파르미치아노의 목이 긴 성모가 지나치게 우아해보이듯이. 뭔가 외롭고 서사적인, 해질녘 서해안의 느낌을 닮은 이 탑은 그러나, 지나치게 편의 위주의 주변정비로 인해 그 느낌을 반감시키고 있다.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아서... 혹은 내리쐬는 햇살이 너무 강해서... 란 이유를 달더라도 붉은 황토포..

국내여행/충남 2010.07.29

100724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 무창포

해가 지는 느즈막에 검은 속살을 드러내고있는 바다를 찾았다. 썰물과 함께 빠져나간 북적이던 인파대신 갯벌에 쏟아지는 은빛 햇살과 함께 찬기운이 깃들기 시작한 여름 해수욕장에서 가족들과 물놀이를 즐겼다. 이름하여 땅집고 헤엄치기!!! 미끈한 뻘밭에 물컹하며 미끄러지는 감촉을 느끼며 종종 발끝에 채이는 굴껍질이 붙은 무더기를 조심스레 피해가며, 손을 바닥에 집고 첨벙거리며 어설픈 물놀이로 짧은 시간을 보냈다. 투명하고 아주 조그마한 게의 새끼들이 온몸을 타고 올라 물을 벗어나기 전 한참을 털어내며 뒷처리를 해야했다. 해수욕장으로는 조금은 거칠어 보이는 그 해변에 수많은 생명들을 느끼며, 해가 저물고, 노을빛이 조금 무겁고 신비로운 색으로 가라앉을때까지 그렇게, 참 오랜만에 가족들과 엉뚱한 해수욕을 즐겼다. ..

국내여행/충남 2010.07.27

100717 빗속 산책, 지엔 아트 스페이스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얼마전부터 토분에 관심이 있어 알게된 곳. 가봐야겠다 맘만 먹다가 결심한 날이 하필 오늘이다. 휘젓는 와이퍼를 바라보며, 멀리가긴 위험하겠네... 하다가 소강상태를 틈타 용인까지 내려왔다. 분당서 죽전방향으로 경기도 박물관 표지판을 보면서 내려가다 백남준 아트센터 바로 앞에 위치한 곳. 찾기 쉽다. 인터넷서 사진으로 볼때는 넓은 공원같은 곳일거라 상상했는데, 의외로 각각 쓰임이 다른 노출 콘크리트 건물들로 이루어진 센터같은 이미지여서 그냥 지나갈뻔 했다. 뒤쪽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닐어보니, 어린이 체험동, 토분 만들고 전시하는 동, 아트샵, 레스토랑 등의 건물들이 모여있고, 건물 사이의 마당공간을 화분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계단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시선으로 구경할 수 있도록 ..

국내여행/경기 2010.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