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논의 거상 3

<멤논의거상> 이 벌판에 거대한 석상만이 남아...

룩소르 서안의 벌판 한가운데 거대한 조상이 우뚝 서있다. 멤논 거상이라고 불리는 이 상은 실제는 그리스의 영웅 멤논과는 관계가 없는 제18왕조 아멘호텝3세의 신전 탑문을 지키던 석상이다. 현재 신전은 사라지고 거대한 석상만이 남아있다. 옆에 선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 거상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높이 20m, 발길이만 2m에 이르는 이 거상은 각각의 무게가 720톤 정도로 추정된다. 거상의 돌은 카이로 근교의 '게벨 엘-아흐마르(Gebel el-Ahmar 붉은산)'에서 가져온 것이라는데, 이집트 유적지에 사용된 돌의 대부분이 아스완의 채석장에서 가져온 것과 달리 나일강의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보냈다는게 뜻밖이다. (나일강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른다.) 나일이 범람했을 때 이곳은 물에 잠겼던 것 같다...

<멤논의거상> 새벽을 깨우는 거상의 울음소리.

어슴프레 동쪽하늘에 여명이 밝으면 나일의 서안, 죽은자들을 위한 도시, 이 침묵의 공간에 나즈막한 울음소리가 깔린다. 트로이에서 살해당한 그리스 영웅 멤논이 자신의 어머니인 여명의 여신 에오스에게 새벽마다 안부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낭만적인 상상을 하였던 사람들은 낮은 울음소리로 새벽을 깨우는 아멘호텝3세의 이 거대한 거상을 멤논이란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현대 과학자들은 이 소리가 태양이 뜰때 일교차에 의해 석상의 갈라진 표면에서 나오는 진동 소리임을 밝혔으며, 셉티무스 세베루스 황제 때 거상을 보수한 이후 다시는 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2004-07-14 00:35:49

<멤논의거상> 주변 마을의 모습

황토색 버석버석한 마른 땅의 저편으로 민가들이 들어서 있다. 아무것도 아닌 네모박스의 집이 이방인의 눈에는 어느 화려한 신전보다 사막에 어울려 보인다. 룩소르 서안에 드문드문 자리한 이런 마을들은 예전엔 이곳의 유물들을 도굴해 먹고 살았다고 한다. 땅만 파면 세계적 문화유산들이 쏟아졌을테니 사람들은 이 유물들이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르고 돈 몇푼에 마구 팔아댔을거다. 하지만 모든 역사 유적이 정확한 고증을 거쳐야 가치가 배가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가슴아픈 일이다. 2004-07-14 00:2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