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59

아파트와 다차

언니랑 모스크바에서 지냈던 아파트 단지다. 방학 때 결혼을 위해 귀국한 후배네 집을 우리를 위해 빌려 놓았다. 그 때 즈음 동양인들에게 위협적인 사건들이 발생해서, 현관을 잠그고도 긴 막대를 받쳐놓는 방법으로 문단속을 철저히 하곤 했다. 하지만, 그냥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늘 수수해보이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93년에만 해도 사회주의 포기 선언을 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서인지 모스크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도심의 지급받은 아파트에서 지내며 일을 하러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도심 근교에 '다차'라는 주말 주택이 있어 그곳에 텃밭을 가꾸러 간다 한다. 우리나라에 지금 유행하는 전원주택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개념인 듯 한데, 주말이면 시골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벼운 농사를 짓고, ..

유럽/러시아 2011.02.27

첫 해외 여행에 대한 오래된 기억

'처음'이란 언제나 특별하다. 기다림과 서툼, 낯선 경험에서 오는 강렬한 기억. '러시아'는 나에게 그런 곳이다. 꺼내보기에 새삼스러울 만큼 오래되어 작은 기억들은 시간에 묻혔지만, 그곳은 세세한 설명을 필요치않는 하나의 이미지처럼 강하게 남아있다. 여행을 기다리던 설레임은 이제, 돌이켜 곱씹어보고픈 그리움이 되었다. 요즘 시간이 남아돌자, 갑자기 그때의 시간들이 머리속을 훼집고 다닌다. 게으름에 점령당하지 않는다면, 몇몇 이야기들을 적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옛 흑백사진을 훑어보듯, 너무 많이 달라졌을 그곳에 대한 추억을 더듬어... 자본주의에 밀려 소련이 해체되고, TV에선 늘상 가난한 그곳을 비추었다. 수급이 불안한지 먹을 것을 사기위해 몇 미터씩 줄을 서는 배고픈 사람들. 도심의 여러 사건들... 그..

유럽/러시아 2011.02.25

프라하의 아쉬움을 달래준 곳, 드레스덴

오후 6시쯤 로텐부르그를 출발하여 10시쯤 드레스덴에 도착했다. 다음 일정인 베를린으로 가는 도중, 가봐야할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라고 끼워놓은 곳.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중, 멀지않은 프라하를 가르키는 도로표지판을 휙 지나쳤다. 나와 친구, 둘만의 여행이었다면 어쩌면 핸들을 돌려 국경을 지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몇번 가봤지만 우리를 위해 다시 들린다는 또다른 일행의 선심만도 고맙다. 동북부에 위치한 드레스덴은 체코 프라하를 가지 않아도 될만큼 비슷한 도시란다. 그래서 찾은 그곳, 가보지 못한 프라하를 느낄순 없었지만 우아함과 매력이 가득한 도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 10시가 넘은 밤시간, 인적 드문 밤거리에 오페라 극장의 불빛이 화려하다. 관광지를 둘러보는건 내일로 미루고, 근처 이태리 식당을 찾아 늦..

유럽/독일 2009.10.22

기마랑이스 구시가지 Historic Center of Guimarães

기마랑이스 구시가지 Historic Center of Guimarães는 2001에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다. 1139년 알폰소 헨리케스가 스스로를 왕으로 선포하고 기마랑이스를 수도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이 도시는 포르투갈의 요람으로서 중세의 좁은 길과 건물을 잘 보존하고 있는 소중한 역사도시이다. 프랑스식으로 잘 다듬어진 정원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넓지않은 도심 중심에 만들어진 꽃밭이 오히려 소박하다는 느낌이다. 비오는 날의 세월을 머금은 작은 도심의 산책... 햇빛이 좋았다면 다양한 색깔이 바래고 낡은 건물의 문들이 더 예뻤으리라 아쉬워하며 골목과 건물 중정에 조용히 숨어있는 귀여운 가게들을 찾아다니며 옛 도시를 즐겼다. 구시청사쯤 되는 건물이었던걸로 기억. 골목길 어느가게의 중정에서... 가게의..

유럽/포르투갈 2009.10.19

밀라노 두오모

셈피오네 공원의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걸어 시내에서 조각피자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두오모의 정면 파사드가 공사중이라 아쉬웠지만 엘레베이터(6유로)를 타고 두오모 지붕에 오르니 정교하고 화려한 장식들에 맘이 벅차다. 또한 나역시 문화재보수에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보니, 외부로 보여지는 문화재 보수 공사의 단편적인 모습에도 관심이 간다. (밝은색 비계로 꼼꼼하게도 얽어놓았군! 뭐 이런거... ㅎ) 밀라노 두오모는 후기 고딕과 고전적인 요소들이 혼돈되어 쓰인 후기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1386년경 착공하여 북유럽과 남부지방의 전통을 혼용하여 받아들였고 이지방 건축가와 프랑스, 독일, 영국의 전문가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었단다. 이 건물의 비례, 특히 네이브의 비례가 이탈리아적인 것이며 높이에 비해 폭..

유럽/이탈리아 2009.10.12

밀라노에서의 밤산책

민박집 아저씨가 준비해준 김치볶음과 계란국으로 맛갈난 저녁을 먹고, 아까운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길을 물어 저녁 시내 산책을 나섰다. 셈피오네 공원의 광장에서 길거리 축제같은 작은 행사가 있어 북적인다. 맥주 한잔씩을 사들고 천막마다 재밌는 볼거리 구경을 했다. 스포르체스코 성을 지나 두오모까지... 이런, 두오모는 수리중인가보다. 지나다가 거리에서 롤러브레이드를 연습하며 재주를 뽐내는 학생들과 이탈리아 곳곳의 아름다움을 찍은 사진전을 감상했다. 그 후, 기차여행중 시간이 남아 무작정 Trevi에서 내려 시간을 보냈던 것도 이 사진전에서 미리 만난 익숙함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거리의 작은 행사들 덕분에 여유롭고 짬진 저녁 산책을 즐겼다. 가을 바람이 부는 날... 이탈리아의 여행은 막 시작되고 있다..

유럽/이탈리아 2009.10.09

바르셀로스 Barcelos에서 행운의 닭을 만나다.

어둑해지는 낮선 도시 브라가는 차로 숙소를 찾으러 다니기가 더 어려웠다. 그냥 주변 도시로 갈까? 그래서 찾게된 Barcelos... 도시에서 물어 별4개 숙소(아마 모텔로 별 4개인듯)에 묵었다. 아침, 비가 많이 온다. 걸어다니기 힘들정도로... 작고 평화로운 도시가 온통 축축하고 무겁게 비에 젖는다. Cavado river 근처의 작은 수도원과 주변을 구경하고 기념품 가게에 잠깐 들러 선물로 줄 행운의 닭 열쇠고리를 잔뜩 샀다. 포르투갈을 상징하는 행운의 닭의 유래가 시작된 곳이라 작은 도심 곳곳에 온통 화려하게 채색된 닭(Barcelos Cock)이 반긴다. 한 수도사가 누명을 쓰고 죽게되었을 때 자기의 말이 진실이면 요리된 저 닭이 살아날 거라고 했더니 정말 닭이 살아나 걸어다녔다나... 그 이..

유럽/포르투갈 2009.10.08

바탈랴의 산타마리아 수도원 - Abbey of Santa Maria da Vitoria at Batalha

Obidos에서 내려와 Porto로 가는 도중 Batatha의 수도원에 들렀다. 시간이 늦어 오후 5시에 마지막 입장을 해서 30분 정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친구가 이런 대단한 수도원이 포르투칼 작은 마을에 있는것이 안타깝다고, 유럽의 어느 사원보다 훌륭하다고 큰 소리를 치며 데려가준 곳. 섬세하고 현란한 장식들이 새삼 인간의 능력의 끝이 어딘가 생각하게 한다. 이 수도원은 1385년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조아오 1세가 대승리를 거둔 기념으로 짓기 시작하였다. 1388년 시작된 공사는 7대 왕정 시대 동안 계속되었으며, 마누엘 1세가 리스본의 제로니모스 수도원을 짓기위해 공사를 포기하여 현재까지도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고 한다. 2006. 10. 16 흐림

유럽/포르투갈 2009.02.07

[스크랩] ‘와인 성지’ 보르도… 혀 못지 않게 눈도 즐겁다

2008년 11월 7일(금) 2:57 [동아일보] [동아일보] 《관음(觀音)에 문향(聞香). 이걸 동양적 허풍이라고 할지, 아니면 관념적 서정이라고 할지. 그 한자 뜻부터 보자. 관음이란 ‘소리를 보다’고, 문향이란 ‘향기를 듣다’다. 그 소리는 세음(世音), 즉 중생의 기도소리다. 그 소리에 귀도 모자라 눈까지 기울이는 이, 다름아닌 관세음보살이다. ‘캐논’은 관음의 일본어 발음이자 카메라의 브랜드 네임이다. 눈으로 소리를 보듯 중생의 한마디 기도도 놓치지 않으려는 관세음보살처럼 정밀하게 사물을 담아내겠다는 지극정성의 의지가 담긴 작명이다. 귀로 듣는 그 향기란 한겨울에 꽃 피우는 매화의 암향(暗香)을 말한다. 날 듯 말 듯, 있는 듯 없는 듯한 매화향. 그래서 그 향은 코뿐 아니라 귀까지 동원해 들을..

유럽/프랑스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