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with 통이 12

외할아버지의 황토기저귀

우리집이 염색 공방 같다. 기다리던 귀한 손녀딸을 위해 아빠가 3년 묵은 황토로 기저귀에 천연염색을 해서 보내셨다. 몇번이나 천에 황토를 내리고 삶고 말리는 작업을 옆에서 보니 너무 몸공이 많이 드는 일이라 놀랐다고 엄마가 말씀하신다. 써보기전에는, 아가 응가 색도 봐야되고하니 기저귀는 흰색이 좋다며 그냥 두라고 했었는데, 막상 통이한테 채워보니 흰색 기저귀에는 손이 안간다. 까슬까슬 몸에 엉기지 않는 느낌이 좋고 아가가 쉬한것도 젖은 티가 나서 금새 알 수 있다. 황토가 섬유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어 때가 잘 안스며든다더니, 응가를 해도 샤워기로 씻어내면 금새 떨어져 나가 손질도 쉽다. 물론, 종이 기저귀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연한 아가살이 빨갛게 될까봐 한통 사놓은 종이 기저귀는 아직 그대로다. ..

diary/with 통이 2011.06.05

집에 오다.

병원에 가기전 석란에 흰줄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 갔는데, 아가와 함께 집에 오니 꽃 4송이가 예쁘게 피어있다. 큰 방 창문에서 꽃향기가 솔솔 들어온다 했더니, 베란다를 정리하시던 엄마가 깜짝 반색을 하시며 좋아하신다. 2년도 전에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데려온 녀석인데, 꽃이 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터라 신기했다. 엄마가 통이를 안고 아빠꽃, 엄마꽃, 통이꽃, 나머지 한송이는 통이를 반기는 꽃이라고 일러주신다. 통이가 집에 온 줄 알고 식물들도 예쁜 선물을 하나보다. 새삼 생명이란 것이 참 신비롭고 귀하게 느껴진다.

diary/with 통이 201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