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7

경주로!!! 통이와 첫 여행을 떠나다

통이 태어난지 70여일, 우리 아가의 첫 여행이자 결혼하고 처음으로 하는 시부모님과의 가족 여행이 동생이 잡아준 콘도 덕에 준비도 없이 급하게 결정되었다. 겸사겸사 부산에 계신 할머니까지 뵙고 오는 2박3일의 일정으로. 처음엔 여행을 간다는 것 자체가 좋았는데 막상 짐을 챙기려하니 아가한테 무리가 아닐까 걱정도 되고 맘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유모차, 목욕통과 수유쿠션까지 챙기니 통이짐만도 이사가게 생겼다. 부모님과 함께 가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다함께 경주로 출발!!! # 1 우리 아가는 차 안에서 열심히 잘 잔다. 차가 좁아 카시트를 못가지고 와 안겨 가니 불편했을 텐데... 한옥지붕의 경주 IC를 통과하고 나니 조금 특별한 느낌이다. 통이의 생애 첫 여행지가 역사의 묵직함을 가진 경주라니... 10시쯤..

diary/with 통이 2011.07.19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신고식하다.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 가는걸 제외하고 통이의 첫 나들이. 토욜 저녁이면 손녀딸 보러오시는 일정을 잡아놓으신 시부모님께서 저녁에 우리 가족을 불러 작은 파티를 마련해주셨다. 메뉴는 아가때문에 조심하는 나땜에 1년이상 덩달아 입에도 못대본 신랑을 위한 회와 나를 위한 꽃게찜 등등... 그리고 직접 만드신 맛난 후식. 첫 외출이라고 배넷저고리를 이쁜 외출복으로 갈아입힐 때 약간 불안하긴 했다. 오늘 하루 제대로 된 응가를 하지 않아서 좀 위험하다 싶었지만, 엊그제 엉덩이가 빨갛게 되어 좋아진지 얼마 안된터라 그냥 천기저귀를 쓰기로 했다. 엄마가 늘 아가들은 외출하려면 응가하고 계획대로 안된다고 하셨는데 딱! 적중! 어머님께서 우리 통이 이쁘다고 안아주시던 중 뿌지직~ 뿌지직~ 기저귀커버 옆으로 흘러 외출복, ..

diary/with 통이 2011.06.13

응가, 그 중용의 미덕...

집에 온 며칠간, 하루에 두어번씩 하는 응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초보엄마. 아가가 얼굴이 빨갛게 되서 힘쓰고 응가하는게 그저 장하기만 해서 토닥토닥 해주며 신기하게도 우리 아가는 똥마져도 사랑스러워진다는 사실을 새삼 알아가고 있는 중. 모유를 먹을 때에는 너무 자주 젖을 찾아 깊은 잠을 못자는 것 같아 분유 양을 좀 늘렸더니 변비가 생겼는지 하루에 두어번씩 하던 응가를 못하고 이틀 동안 힘 꽁꽁 쓰며 방귀만 뽕뽕~ 심지어는 맘마 먹다가도 얼굴 벌게져서 힘쓰다 불편한지 앙~ 울고 우유 게우고 보기 안쓰럽고 혹시 어디 아픈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배마사지도 해주고 안고 어르고... 그러다 이틀만에 그동안 못한 양만큼 싸놓은 응가보고 행복해하며 목욕시키고 나면, 통이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잘 놀곤해서 이제..

diary/with 통이 2011.06.06

외할아버지의 황토기저귀

우리집이 염색 공방 같다. 기다리던 귀한 손녀딸을 위해 아빠가 3년 묵은 황토로 기저귀에 천연염색을 해서 보내셨다. 몇번이나 천에 황토를 내리고 삶고 말리는 작업을 옆에서 보니 너무 몸공이 많이 드는 일이라 놀랐다고 엄마가 말씀하신다. 써보기전에는, 아가 응가 색도 봐야되고하니 기저귀는 흰색이 좋다며 그냥 두라고 했었는데, 막상 통이한테 채워보니 흰색 기저귀에는 손이 안간다. 까슬까슬 몸에 엉기지 않는 느낌이 좋고 아가가 쉬한것도 젖은 티가 나서 금새 알 수 있다. 황토가 섬유 사이사이를 채우고 있어 때가 잘 안스며든다더니, 응가를 해도 샤워기로 씻어내면 금새 떨어져 나가 손질도 쉽다. 물론, 종이 기저귀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연한 아가살이 빨갛게 될까봐 한통 사놓은 종이 기저귀는 아직 그대로다. ..

diary/with 통이 2011.06.05

집에 오다.

병원에 가기전 석란에 흰줄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 갔는데, 아가와 함께 집에 오니 꽃 4송이가 예쁘게 피어있다. 큰 방 창문에서 꽃향기가 솔솔 들어온다 했더니, 베란다를 정리하시던 엄마가 깜짝 반색을 하시며 좋아하신다. 2년도 전에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데려온 녀석인데, 꽃이 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터라 신기했다. 엄마가 통이를 안고 아빠꽃, 엄마꽃, 통이꽃, 나머지 한송이는 통이를 반기는 꽃이라고 일러주신다. 통이가 집에 온 줄 알고 식물들도 예쁜 선물을 하나보다. 새삼 생명이란 것이 참 신비롭고 귀하게 느껴진다.

diary/with 통이 2011.06.05

문화재 공사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

현장일을 너무도 하고 싶었던 멋모르던 시절에도 문화재를 보수한다는 것이 이상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느꼈던거 같다. 조금 더 의지를 가지고 꼼꼼하게 검토해서, 건물에 대한 진실성이 지켜졌음 했다. 언젠가 나에게 남자들의 거친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왔을 때, "여성의 섬세함이 가져다 주는 장점이 있을거라고... 쉽게 넘어가는 디테일에 더 집중하겠다" 고 했다.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아서, 무언가 하고픈 열정인지 고집인지 알 수없는 내 기운에 쉽게 지치곤 했었다. 여전히 많이 헤매고, 여전히 게으르고 부족하지만, 얼마만한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준 어떤 것. 문화재를 보수한다는 거창한 명분하에 행해지는 그 어떤 행위들 - 그것이 좋던 나쁘던 간에 - 그 자체가 그냥 우리시대의 문화라는 것...

요즘 읽은 여행기

요 얼마동안 여행기만 읽고 있다. 일 할때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놀 때는 게으름 피우느라 잡지 않았던 책을 그나마 이렇게 오래 붙들고 있는건, 아마 바람 냄새 나는 글이라서 일지도 모르겠다. 가끔 한권씩 볼 땐 그러려니 별생각 없었는데 책 몇권을 몰아서 읽으며 여행도 사람마다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니는구나... 싶은게 신기하다. 같은 곳을 다녀왔어도 작가의 생각과 성격이 글에 고스라니 드러난다. 작가와 마주앉아서 이야기 하면 어떤 느낌이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듯. 책을 읽는 나도 더불어 즐겁거나, 혹은 불편하거나... 그렇게 그들의 여행에 따라 나섰다. 옷깃을 파고드는 찬바람과 하얀 눈속을 걸으며 행복한 여행을 하고프단 마음보다 따뜻한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 다녀온 여행들을 정리해야겠단 맘..